근로시간 제도 개편을 왜 해야 하는가?
“현재의 근로시간 제도는 ‘주 52시간제’로 대표되는 ‘주 단위 상한 규제’다. ‘근로시간=성과’가 되는 공장제 생산방식을 기반으로 마련된 일률적·경직적 양적 규제가 70년 간 유지되어 왔다. 이러한 방식의 근로시간 규율은 근로시간의 양적 감소에는 어느 정도 기여했지만, 기업과 근로자의 선택권을 제약하고 다양화·고도화하는 노사 수요를 담아내지 못하는 한계를 보였다.
제도의 경직성은 유지한 채 급격하게 주 52시간제를 도입하다 보니 현장에서는 소위 포괄임금이라는 임금 약정 방식을 오·남용해 장시간 근로와 ‘공짜 야근’을 야기했다. 또 그간 연장근로와 휴가 사용이 금전보상(가산수당, 연차보상)과 연계되면서 ‘충분히 쉰다’는 문화가 형성되지 못했다.”
이번 근로시간 제도 개편의 주요 내용은?
“이번 제도 개편으로 70년간 유지된 낡은 틀을 깨고, 새로운 근로시간 패러다임을 구축하고자 한다. 제도의 지향점은 선택권, 건강권, 휴식권 보장이다. 주 52시간제 안에서 ‘주 단위’의 연장근로 칸막이를 없애 연장근로 관리 단위를 주, 월, 분기, 반기, 연 등으로 선택할 수 있게 한다.
‘일하는 날’을 줄일 수 있도록 근로시간 저축계좌제를 도입해 연장근로를 휴가로 사용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을 마련해 ‘안식월’ 등 장기 휴가가 가능하게 한다. 장시간 근로와 공짜 야근을 야기하는 포괄임금 오남용을 근절한다. 또 ‘3중 건강 보호 장치’를 통해 근로자의 건강권을 보호한다.”
3중 건강 보호 조치가 무엇인가?
“근로일 간 11시간 연속휴식 부여 또는 1주 64시간 근무 상한 준수, 산업재해 과로 인정 기준인 4주 평균 64시간 이내 근로 준수, 관리 단위에 비례해 연장근로 총량 감축(분기 90%·반기 80%·연 70%) 등 세 가지다. 근로일 간 11시간 연속휴식을 부여할 경우 1주 최대 근로시간은 69시간이 된다.”
11시간 연속휴식 외에 1주 64시간 추가 옵션을 넣은 이유는?
“현행 근로기준법은 근로일 간 11시간 연속 휴식의 예외 사유로 천재지변에 준하는 상황만 인정하고 있어 현장에서 지키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에 현행 탄력근로제 등에서 인정하는 ‘1주 최대 64시간’ 상한 준수를 건강보호조치 선택지로 추가했다.
독일·프랑스의 경우 11시간 연속 휴식을 상황에 따라 노사가 협의해 달리 정할 수 있도록 하는 등 건강보호조치에 있어서도 자율적으로 선택할 수 있는 예외를 인정하고 있다.”
근로시간 제도 개편으로 주 최대 69시간, 64시간 등 장시간 근로가 확대된다는 우려가 있다.
“이번 제도 개편은 근로시간의 총량을 늘리는 것이 아니다. 주 52시간제 틀 내에서 ‘1주 단위’의 연장근로 칸막이를 제거하는 것으로, 특정 주에 연장근로를 더 하면 다른 주는 할 수 없는 구조다.
69시간, 64시간 등 특정 주의 상한만 부각하는 것은 제도의 본질을 왜곡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월 단위 연장근로 제도 아래에서 첫째 주에 69시간(법정 40시간+연장 29시간) 일하고 둘째 주에 63시간(법정 40시간+연장 23시간) 일하면 한 달 치 연장근로시간인 52시간을 모두 쓴 셈이 된다. 이에 따라 남은 주에는 일주일에 40시간만 일해야 한다. 주 5일 근무로 가정하면 오전 9시에 출근해 점심시간에 1시간 쉰 뒤 오후 6시에 퇴근하는 것이다.”
실근로시간 단축은 어떻게 할 것인가?
“우리나라 임금근로자의 2021년 근로시간은 1928시간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1617시간)보다 311시간 길다. OECD 평균보다 약 39일 더 일하는 현실과 근로시간을 고려하면 실근로시간을 단축하려면 ‘주 단위 상한 규제’ 접근으로는 한계가 있고, ‘일 하는 날’을 줄일 필요가 있다. 휴식권 보장을 통해 ‘일하는 날 자체를 줄이는’ 방식으로 패러다임을 전환한다.
근로시간 저축계좌제 도입을 통해 장기휴가를 갈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고, 눈치 보지 않고 휴가를 쓸 수 있는 단체휴가, 자녀 등·하원 시 시간 단위 휴가 등 다양한 휴가 활용을 활성화할 계획이다.
또 현시점에서 가장 효과적인 실근로시간 단축 기제인 소위 포괄임금 오남용 근절을 강력히 추진한다. 올해 1월부터 IT·사무직에 포괄임금 오남용 기획감독을 역대 최초로 실시하고 있고, 하반기에는 2차 감독을 실시한다. 포괄임금 오남용 신고센터도 개설해 운영하고 있다”
포괄임금제는 무엇인가?
“근로 형태나 업무 성질상 추가 근무수당을 정확히 집계하기 어려운 경우 수당을 급여에 미리 포함하는 계약 형태다. 노사 당사자 간 약정으로 연장·야간·휴일근로 등을 미리 정한 뒤 매달 일정액의 수당을 기본임금에 포함해 지급한다.
그러나 포괄임금제 방식의 임금 지급계약을 체결했더라도 근로시간 산정이 어려운 경우가 아니라면 근로시간에 따른 임금 지급의 원칙을 지켜야 한다. 다만 현실이 그렇지 못해 포괄임금제는 ‘공짜 야근’, ‘야근 갑질’, ‘임금 체불’의 주범으로 꼽힌다. 포괄임금 오남용 근절이 실근로시간 단축의 핵심이다.”
근로시간 제도를 개편하면 국민은 어떤 점이 좋아지나?
“근로자가 일하는 날과 출·퇴근 시간을 결정하는 선택근로제, 원하는 시기에 충분한 휴가 사용이 가능한 근로시간 저축계좌제 등 ‘자율과 선택’에 기반한 근로시간 제도가 운용되면 근로자 선호에 따라 주 4일제, 주 4.5일제로도 일할 수 있다.
맞벌이 부부의 경우 자녀 등·하원에 맞춰 출퇴근 시간을 조정할 수도 있다. ‘제주 한 달 살기’ 등 안식월과 장기 휴가가 활발해지고, 삶의 질이 높아진다. 또 남성 중심의 전일제 근로에서 벗어나 다양한 근로시간을 바탕으로 여성과 청년층의 노동시장 진입도 촉진된다.
현재는 불가피하게 주 52시간을 넘겨 일하고도 보상은 받지 못하는 불합리한 상황이 발생하지만, 개편된 제도가 시행되면 필요할 때 근무하고 일한 만큼 보상받을 수 있게 된다.”
연장근로 총량 감축 기준은 어떻게 산출했나?
“연장근로 단위 기간이 길어짐에 따라 장시간 근로가 지나치게 집중될 수 있다는 우려를 고려했다. ‘주 52시간제’의 52시간은 법정 노동시간 40시간에 연장근로시간 12시간을 합친 것이다. 단위 기준별 연장근로시간을 살펴보면 ‘월’은 52시간(12시간 ×4.345주),×4.345 ‘분기’는 156시간, ‘반기’는 312시간, ‘연’은 624시간이다.
개편되는 근로시간 제도에서는 분기 이상의 경우 연장근로 한도를 줄이도록 설계했다. 즉, ‘분기’는 140시간(156시간의 90%), ‘반기’는 250시간(312시간의 80%), ‘연’은 440시간(624시간의 70%)만 연장근로가 가능하게 했다.”
근로자대표제 개선 방향은?
“근로기준법상 근로시간 등 주요 근로조건을 결정하려면 사용자와 근로자대표가 서면 합의를 해야 한다. 하지만 현행법에 근로자대표의 선출 절차나 방법 등 관련 규정이 없어 혼란이 있다. 이번에 마련한 새 제도에서는 과반수 노조(근로자의 과반수로 구성된 노조)가 있으면 과반수 노조가 근로자대표를 맡는다. 과반수 노조가 없으면 노사협의회 근로자위원이 근로자대표를 맡고, 노사협의회 근로자위원도 없으면 직접·비밀·무기명 투표로 근로자대표를 선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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